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사실상 ‘갭투자’가 사라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요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3.2로, 2021년 10월(110.6) 이후 가장 높았다. 월세수급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건 수요가 공급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사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의 전세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5년간 서울 주택의 월세 전환은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가 주도했다. 서울의 연립·다세대 월세 비중은 2020년 29.5%에서 빌라 전세사기의 후폭풍으로 2022년 39.5%, 2023년 48.2%로 증가했고 지난해(54.9%)부터 50%를 넘기 시작해 올해는 7월 현재 월세 비중이 58.4%로 급증했다. 5년 전 대비 거의 2배 수준으로 월세 주택이 늘어난 것이다. 역전세난과 전세사기로 인해 빌라 등 비아파트의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한 탓이다.
그런데 최근 상대적으로 여전히 전세 선호 현상이 뚜렷했던 아파트도 정부의 강도 높은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월세화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되기에 실거주를 해야 하는 집주인이 점차 늘고, 이는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입주 단지에서는 수분양자가 세입자를 받아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최근 정부가 갭투자를 막기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집주인이 늘었다.
실제로 대출 규제 이후 아파트 전세 매물은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달 25일 현재 2만4011건으로 대출 규제 발표 날인 지난달 27일(2만4855건)보다 3.4%(844건) 줄었다. 반면 월세 물건은 2.4%(446건) 증가해 1만9242건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에선 월세 물건이 전세를 추월했다. 이달 25일 기준으로 월세 물건은 5074건, 전세는 4948건이며, 17일부터 월세가 더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임차인들로선 6·27 규제로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월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상급지를 중심으로 초고가 월세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6·27 대책 발표 이후인 6월28일부터 7월25일까지 서울 아파트 5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는 총 59건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의 500만원 이상 월세 거래가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18건 ▲용산구 8건 ▲송파구 3건 등으로 집계됐다.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6·27 대책 이후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도 5건 체결됐다.
이는 월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 2024년 3월 112.6을 기록한 뒤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6.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기와 인천 아파트 월세지수도 각각 126.9, 130.2로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와 함께 6.27 대책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매수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전까지 치솟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6월 넷째 주(6월23일 기준) 0.43%에서 대책 시행 이후 첫 조사 결과인 6월 다섯째 주(6월30일 기준) 0.40%로 떨어졌다. 7월 첫째 주(7월7일 기준)에는 상승폭이 0.29%로 눈에 띄게 축소됐고, 7월 둘째 주(7월14일 기준) 다시 0.19%로 떨어진 데 이어 셋째 주(7월21일 기준)에는 0.16%로 4주째 상승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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