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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미식] 전복쌈부터 신선로까지… 청와대 셰프가 제주에 차린 한상

입력 : 2025-07-25 16:03:49 수정 : 2025-07-25 16: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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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시에나 프리모 ‘까보스코’
40년 경력 청와대 출신 이옥덕 셰프
‘숲속의 교자상’ 콘셉트 격조 한식 코스
전복쌈·신선로·옥돔 어만두 등 정성 가득
조미료 최소화… 제주산 식재료 본연의 맛 살려

정갈한 한식의 정수를 담은 다이닝이 제주에 등장했다.

 

최근 제주에 오픈한  더 시에나 프리모가 다이닝 공간 까보스코를 ‘한식 다이닝’ 콘셉트로 탈바꿈했다. 주력은 격조 높은 한식 기반의 디너 코스다.  단순한 한상은 아니다. 고기, 해산물 등 다채로운 제주의 식재료에 정갈함을 입혔다.

 

처음부터 ‘전복쌈’과 인삼튀김 등 정성 가득한 애피타이저가 나와 감탄을 불러모은다. 대하냉채, 밀쌈말이, 육회가 함께 입맛을 돋운다. 이어 전복죽으로 속을 다스린다. 담채 요리로 제주 옥돔으로 만든 어만두가 이어진다. 고급 궁중요리로 대표되는 신선로가 서빙된다. 이어 갈비구이, 성게 미역국으로 든든한 식사를 한다. 마무리는 제주를 상징하는 디저트 오메기떡과 수정과다.

 

까보스코의 한 상에는 시간이 걸려도 정성을 포기하지 않는 장인의 철학이 녹아 있다. 오픈과 함께 호캉스 손님들은 물론 상견례, 기념일을 맞은 도민들도 까보스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중심에 신라호텔과 청와대를 거친 조리 경력 40년의 이옥덕 셰프가 있다. 대통령의 식탁을 챙기던 그는 제주에서 전통의 격조를 풀어내는 중이다. 이옥덕 셰프를 만났다.

-까보스코의 오픈을 진두지휘하셨다. 이번 디너 코스의 콘셉트가 ‘숲속의 교자상’이다. 콘셉트를 소개해달라.

 

“사실 호텔에서 한식 코스를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한국 음식 고유의 음식을 계절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숲속의 교자상’이라는 이름에는 자연 속 조용한 식탁, 품격 있는 대접의 의미를 담았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조리 철학은 무엇인가?

 

“호텔 다이닝을 찾는 고객들은 아무래도 눈이 즐거운 것을 찾으시지 않나. 화려한 플레이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 본연의 맛’이다. 조미료를 최소화하고, 식재료가 가진 고유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요리했다. 나물 하나도 양념보다 재료의 상태와 손질부터 꼼꼼히 신경 썼다.”

-주전부리부터 화려하다. 특히 전복쌈이 눈에 띄는데.

 

“전복쌈은 사실상 디너 코스 중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전복 손질부터 양념, 말아내는 작업까지 인력과 시간이 많이 투입된다. 예전엔 혼례나 예단상 같은 특별한 날에만 오르던 음식이다. 요즘 식탁에선 오히려 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옥돔 어만두는 생소하다. 어떤 방식으로 탄생한 메뉴인가.

 

“전통 어만두는 생선살로 속을 만들고 생선으로 피를 대신하는데, 옥돔은 워낙 잘 부서져서 그대로 쓰기 어렵다. 그래서 배춧잎을 부드럽게 쪄서 만두피처럼 활용하고, 속에는 양념한 제주산 옥돔살을 넣었다.”

-구절판, 신선로, 솥밥 등 궁중에서 즐길 법한 메뉴가 눈에 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전통음식인 구절판과 신선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코스로 풀어낸 게 메뉴 고안의 출발점이었다. 구절판은 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손이 많이 간다. 전통적인 틀 대신 밀전병에 여러 재료를 말아 쌈처럼 냈다.

 

이번 코스의 시그니처인 ‘신선로’는 양지 육수를 이틀간 우려 깊은 맛을 낸다. 솥밥도 즉석에서 개별로 지어낸다. 잡곡을 넣어 영양을 더했고, 미리 지어놓지 않아 밥 맛이 다르다. 손이 가더라도 정통에 가까운 방식을 택했다.”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의 식사를 준비하셨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흔히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청와대에서 각 호텔로 셰프 추천을 받는다. 당시 청와대 의전 책임자 분이 함께 일할 셰프를 직접 선정하셨고, 그 추천을 받아 제가 함께 들어가게 됐다. 이후 청와대에서 약 5년간 근무했다.

 

제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은 굉장히 서민적이고 배려심이 깊은 분이셨다. 당시 대통령의 아침 식사 시간이 7시다. 청와대 셰프들은 매일 새벽 5~6시에 출근해 이를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그 점을 안타깝게 여기시더라. ‘일요일만큼은 늦게 나와도 된다’고 배려해주셨다.

 

대신 저희는 토요일 저녁에 간단한 식재료를 미리 내실에 준비해드리고, 일요일 아침엔 두 분이 간단한 식사를 알아서 챙겨 드셨다. 그 따뜻한 배려는 지금도 깊이 기억에 남아 있다.”

 

-청와대 시절의 경험이 까보스코 메뉴에 어떤 영향을 줬나.

 

“대통령의 음식 철학 자체가 컸다. 계절마다 다른 재료를 즐기고, 양념은 절제하며,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을 선호하셨다. 지금 까보스코 메뉴도 그 흐름을 따른다. 기교보다 진심, 기술보다 기본을 추구한다.”

-최근 다이닝 업계에서도 ‘웰니스’ 트렌드가 강조된다. 까보스코는 어떤가?

 

“자연식, 담백함, 무첨가 조리라는 점에서 웰니스와 맞닿아 있다. 손님이 먹고 난 뒤 속이 편안하고, 건강해진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조리했다. 특히 기름이나 자극적인 소스를 쓰지 않아 중장년 고객은 물론 젊은 층에도 반응이 좋다.”

 

-더 시에나 프리모 호텔은 키즈 호캉스 성지로도 꼽힌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있나.

 

“우리 호텔에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다. 아이들도 서운하지 않게 메뉴를 꾸렸다. 한우 갈비살을 다져 만든 떡갈비를 아이들용 메뉴로 구성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양식보다 한식을 더 편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금 간만 한 부드러운 떡갈비로 구성했다.”

-앞으로 까보스코가 보여주고 싶은 맛의 세계는.

 

“한식의 정수를 그대로 지켜가되, 지금 고객들의 감성과 입맛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다. 까보스코는 고급 한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되, 품격은 놓치지 않는 다이닝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셰프로서는 좋은 식재료, 기본에 충실한 조리, 정성스러운 상차림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지킬 생각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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