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성장한 배우를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내공 쌓인 연기도, 캐릭터를 분석하는 능력도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된다. ‘우리들’을 통해 최수인을 알게되고, 좋아하는 영화팬들이라면 이번 영화 역시 랜선이모의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다.
영화 ‘최소한의 선의’는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고등학교 교사 희연(장윤주)과 그의 임신한 제자 유미(최수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교의 입장을 듣고 담임 선생님으로서의 마음을 가진 희연이 유미의 안타까운 상황과 점점 마주하면서 어른으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되며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최수인은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난항을 겪는 미혼모 고등학생 유미 역을 맡았다. 유미는 임신으로 인해 다양한 변화를 마주하고, 안식처였던 학교에서마저 자퇴를 강요받으며 차가운 현실과 부딪히는 캐릭터다.
최수인은 2004년생, 올해로 만 20세다. 임신과 출산은 인간 최수인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하지만 유미가 급식실에서 무거운 배를 감싸며 희연을 뿌리치는 장면, 강한 진통을 느끼며 희연을 찾아간 장면 등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최수인은 “임신과 불임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눈에 들어와 책을 순식간에 읽었다”며 “사실 제 입장에서는 임신이라는 게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지 않나. 장윤주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제가 질문을 하면 ‘이런 감정이고, 이런 아픔이다’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또 엄마로서 느끼는 감정을 설명해주신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너무 마르지 않은 체형이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에 몰입하게 됐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최수인은 화면보다 훨씬 더 마른 모습.
그는 “‘더 글로리’ 촬영할 때부터 살이 좀 있어서, 이번에 감량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근데 감독님이 감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몸무게가 지금보다 8∼10kg 더 나갈 때다”라면서 “촬영하고 나서 조금씩 감량을 했다. 운동을 정말 많이 하고 정말 안 먹었다. 건강한 것만 먹고, 맛이 없는 것 먹고, 소식하면서 많이 움직였다(웃음). 아직도 다이어트는 진행 중”이라면서 웃는다.
산통신은 머리칼이 흠뻑 젖을 정도로 몰입했다. 실제 본인의 어머니에게도 많이 물어봤다는 최수인은 “뱃속에서 아이가 나온다면 엄청난 고통일 텐데, 호흡도 여러 가지로 줘보고 쓰러져보기도 했다. 찾아볼 수 있는 영상은 다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기성세대에게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기자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 10대 임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구나’를 깨닫기도. 최수인은 최소한의 선의를 어떤 작품으로 기억할까.
그는 “따뜻함. 이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윤주 선배랑 이야기하면서 초반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어떨 때는 ‘좀 심한거 아니야?’ 싶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다. 그런데 끝으로 갈수록 ‘이 영화 참 따뜻하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어려운 주제지만, 어떻게 답을 내려야할지 모르지만 이 관계를 풀어나가는 게 참 따뜻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한다.
남다른 노력을 들인 이유가 있었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선의, 또 상대방의 상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유미는 비행청소년이 아니다. 동생을 키우면서 자신의 공부와 육아도 해내려는 아이”라면서 “희연과 유미가 서로에게 주는 선의, 최소한의 선의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dh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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