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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전력으로…한국 농구가 부르는 ‘희망가’

입력 : 2025-12-04 15:55:02 수정 : 2025-12-04 15: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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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볼,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69-37, 32점 차 리드. 한국과 중국의 남자 농구대표팀 맞대결에 나온 스코어였다. 일어서는 한국 농구를 상징하는 큼지막한 숫자, 한국 농구가 밝은 미래를 향한 초석을 세웠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최근 중국을 상대로 12년 만에 2연승을 빚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2027 FIBA(국제농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1차전 중국과의 베이징 원정(80-76 승)에 이어 지난 1일 원주체육관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도 90-76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FIBA 랭킹 56위가 27위를 만나 수놓은 짜릿한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팬들은 스며드는 빛줄기에 환호했다.

 

암흑기가 그만큼 길었다. 한때 국내 최고 인기를 구가했지만, 조금씩 관심 밖으로 밀렸다. 국제무대에서도 거듭 고전했다. 올림픽 본선은 1996년 애틀랜타(조별리그 탈락)를 끝으로 29년 간 밟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부터 2024년 파리까지 7대회 연속 예선 탈락 중이다.

 

아시아에서도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8강 탈락 수모를 겪었다. 11연속 메달 행진(1962 자카르타~2002 부산)이 끝난 2006 도하 AG 참사(8강 탈락)의 재현이었다. 아시안컵 우승도 1997년이 마지막이다.

 

척박해져가는 텃밭, 하지만 불모지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황금세대가 희망을 노래한다. 원동력은 역시 선수 개개인 기량 향상에 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등의 기술 발달에 따라 선수 개개인 기량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며 “이를 통해 코치들은 물론 선수까지 개인 기량 연마에 힘쓰면서 상향 평준화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의 문이 열린 것도 한 몫했다. 일찍부터 넓은 무대로 눈길을 돌려 실력을 쌓고 있는 해외파들은 물론, 국내에서 자라난 걸출한 얼굴들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중심에는 이현중이 선다. 이번 한중전에는 미국 대학리그 일정 소화로 참가하지 못한 여준석(시애틀대)과 쌍두마차를 이룬 그는 명실상부 대표팀 에이스다. NBA 하부리그인 G리그와 호주리그 등을 거쳐 일본 B리그 나가사키 벨카에서 맹활약 중인 그는 큰 신장(2m1㎝)에도 정확한 외곽포를 갖췄고, 높은 BQ(농구지능)를 앞세운 전술적 가치도 높다. 기대대로 중국과의 1차전 33점(3점슛 9개)-19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 2차전 20점(3점슛 2개)의 굵직한 성적표를 써냈다.

 

한 농구 전문가는 “압박감이 있었을 텐데, 해결사 역할은 물론 수비 등 다른 부분에도 적극 가담해주며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며 “다른 선수들도 모두 인정하는 최고의 에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의 책임감도 달라졌다. 국제 무대에서 무기력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 KBL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드 이정현(소노)은 2차전에서 팀 내 최다 24점을 몰아치며 이현중 버금가는 ‘원맨쇼’를 펼쳤다. 중국 빅맨에게 밀리지 않는 파워를 과시한 하윤기(KT), 이원석(삼성) 등도 빛났다. 허벅지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했지만, 차세대 토종 슈터 유기상(LG)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선수들이 포지션을 불문하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게 고무적이다.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의 무게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이제 시작이다. 뚜렷한 결과물을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FIBA 월드컵 예선 1라운드 B조 2위에 위치한 한국은 내년 2월 26일 대만, 3월 1일 일본과 1라운드 예선으로 8년 만의 본선 진출 도전을 이어간다. 이어질 나고야·아이치 AG에서도 항저우 악몽을 지울 금빛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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